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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Escape) - 줄거리 및 총평

by lastone 2025. 11. 20.

영화 탈주 포스터

 

탈주 – 자유를 향한 질주, 그 뒤에 남은 것

최근 본 한국 영화 ‘탈주’는 제목 그대로 ‘도망’이나 ‘탈출’보다는 좀 더 깊은 갈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북한군 중사 임규남이 남한으로 향해 질주하는 장면은 극적이지만,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자유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영화의 기본 분위기

영화는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복무를 마친 임규남이 남한으로 탈주를 결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의 일상은 군복무와 경계근무로 채워졌고, 그 안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은 점점 선명해졌다.

화면은 대체로 차갑고 정형화돼 있지만, 그 안에 묵직한 긴장감이 깔려 있다.

탈출이라는 소재에 ‘추격’이 더해지고, 그 추격 속에서 인물들은 단순히 달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과 맞닥뜨린다.

자유란 무엇인가, 실패란 무엇인가.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많은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 요약

임규남은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가 속한 군부대와 체제는 그에게 ‘남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탈주를 계획한다.

 

동혁이라는 후임병사는 이미 탈북한 가족을 생각하며 탈주를 시도하고, 규남은 그를 말릴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탈주병이 되어 버린다. 보위부 소좌 리현상은 이 사건을 수습하려 지부대에 내려오고,

이 과정에서 과거 이 둘의 얽힌 관계가 드러난다.

 

탈출 경로는 지뢰밭, 철책, 감시 초소 등을 거쳐야 한다. 한발 한발이 생존을 향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남한의 경계를 향해 달릴수록 ‘도달’이 아닌 ‘떠날 수 있음’이 진짜 자유라는 생각이 머리에 남는다.


배우와 연출 이야기

배우 이제훈은 규남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그의 표정엔 탈출을 향한 결단과 동시에 체제가 남긴 상처가 묻어난다.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 리현상이라는 인물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갇힌 사람처럼 보인다.

 

감독 이종필은 거대한 액션보다 인간이 처한 환경과 선택에 주목한다.

긴박한 탈출 장면도 있지만, 그 앞뒤엔 인물의 고뇌와 구조적 억압이 묵직히 깔려 있다.

공간과 시간은 극적이지만, 감정은 현실적이다.


좋았던 점

  • 단순한 추격영화로 보이지만 그 밑바탕엔 삶의 질문이 깔려 있다.
  • 탈출 경로 하나하나가 자칫 감상적이지 않고 리얼하게 느껴졌다.
  • 배우들이 체제와 싸우는 인물로서 설득력 있게 존재한다.
  • 자유를 향한 질주가 단순한 스릴이 아니라 무게로 다가온다.

아쉬웠던 점

  • 러닝타임이 조금 더 길거나 탈출 이후의 삶을 더 보여줬다면 더 깊었을 것이다.
  • 배경 설명이 비교적 제한적이라 초반엔 왜 규남이 탈출을 결심했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 액션이나 추격 장면이 압도적이진 않아서, ‘탈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엔 긴장감이 약할 수 있다.

추천 대상

  • 자유와 생존, 선택과 책임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
  • 탈북 혹은 군사분계선 같은 소재가 흥미로운 관객
  • 지나치게 화려하진 않아도 감정이 묵직한 한국 영화를 찾는 사람

총평

탈주는 끝까지 답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영화의 힘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남겨진 여백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유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선택지를 가지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 가능성들을 조용히 펼쳐 놓는다. 한 번 보고 나면 속도가 느껴지는 대신, 마음 한켠에 남은 질문이 조금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