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좀비딸은 단순한 좀비 장르를 넘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한 가족 드라마다. 특히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극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원작 웹툰의 감정선을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코믹함과 따뜻함을 더한 작품이었다.
📌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혼자 사춘기 딸을 키우며 버티고 있는 아빠 정환. 어느 날 딸 수아가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를 보이며 ‘좀비화’되기 시작한다. 피부색이 변하고 공격성이 드러나자 정환은 충격을 받지만, 그럼에도 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단 하나다. “그래도 내 딸이다.”
정부는 감염자를 ‘격리’라는 이름으로 제거하려 하고, 이웃들은 정환과 수아를 두려워하며 몰아낸다. 정환은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수아를 숨기며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수아가 좋아하던 간식, 음악, 게임기를 건네며 “너 아직 나 아빠 알아보지?”라며 끊임없이 말을 건다.
결정적인 순간은 수아가 거의 인간성을 잃고 정환을 공격하려 달려드는 장면이다. 정환은 도망치지도, 밀쳐내지도 않고 오히려 수아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아빠는 괜찮아. 너니까.”
그 순간, 수아의 공격성이 잠시 멈추며 눈빛이 흔들린다. 완전한 치료는 아니지만, 정환은 딸의 마지막 인간성을 붙잡는 존재였다. 영화는 수아가 완전히 낫지 않은 채, 정환이 그녀와 함께 살아가려 하며 끝난다. 열린 결말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존재를 어떤 모습이든 인정할 용기.
🎥 인상 깊었던 장면
1. 아빠를 잠시 알아보는 수아
좀비화된 상태에서도 정환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수아의 미세한 움직임은 영화의 감정선을 집약하며, 인간성과 가족의 연결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다.
2. 마을 사람들의 추격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공포와 혐오가 만들어낸 폭력성은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한다.
3. 클라이맥스의 포옹
수아가 정환을 물지 않고 오히려 끌어안는 장면은 이 영화가 좀비 장르의 틀을 넘어 ‘관계 회복’을 중심에 둔 작품임을 보여준다.
👍 좋았던 점
- 조정석의 감정 표현이 탁월해 웃음과 울컥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원작의 감정은 유지하면서도 영화적 재해석이 잘 이루어졌다.
- 공포가 아닌 ‘관계의 긴장’을 중심에 둔 점이 독특하다.
- 부모-자녀 관계의 현실적 문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구성이 좋다.
👎 아쉬운 점
- 열린 결말이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 전통적인 좀비물을 기대하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 후반부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중반의 코믹 요소가 약해진다.
💡 총평
좀비딸은 단순한 좀비 코미디가 아니다.
딸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두려움, 그럼에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붙잡는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도, 그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웃음, 슬픔, 공포, 감동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영화였다.
좀비물에 지친 관객에게도 새로운 감정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