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뉴스 – 납치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결국 ‘뉴스’에 관한 이야기
넷플릭스 신작 ‘굿뉴스’를 봤다.
처음엔 그냥 과거 실화 기반 스릴러겠거니 하고 눌렀는데, 생각보다 훨씬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특히 변성현 감독이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을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이게 웃어야 하는 건지 고민되는데 또 계속 보게 되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제목인 굿뉴스(Good News)가 농담이 아니라 아예 영화의 핵심이었구나 싶다.
- 영화의 기본 톤과 분위기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톤의 묘함이다.
납치 사건이 벌어졌는데 화면은 지나치게 차분하고, 인물들의 대사는 심각한데 또 어딘지 비꼬는 분위기.
이 영화는 스릴러라기보단 현실 풍자극에 가까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특히 그 시대 특유의 공기—관료주의, 군 정보라인, 언론 프레임—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납치 사건의 긴장감”보다
“그걸 굿뉴스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더 무섭게 보였다.
- 줄거리 – 짧게, 핵심만
1970년대 일본발 여객기가 납치된다.
정부는 일단 사태를 파악하는 척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을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지 고민한다.
그 중심엔 ‘Nobody’라는 해결사 같은 인물(설경구)이 있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이 납치 사건을 국민에게 좋은 뉴스처럼 보이게 만들어라.”
말만 들어도 아이러니한데 영화는 그 아이러니를 아주 정중하게, 그리고 차갑게 밀어붙인다.
납치범보다 무서운 건 결국 진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 배우 이야기 – 이 영화의 맛은 여기서 나온다
설경구
이 사람은 설명이 필요 없다.
말수가 적은 캐릭터인데도 무게감이 얼굴 표정 하나로 전달된다.
감정 폭발이 아니라 감정 억제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
류승범
등장하는 순간 텐션이 확 달라진다.
미친 듯이 진지한데, 또 어느 순간 피식 웃게 만드는 특유의 에너지.
정보기관이라는 분위기랑 너무 잘 맞는다.
홍경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이 영화에서 젊은 배우가 존재감을 내기 쉽지 않은데, 꽤 선방했다.
- 좋았던 점
- 1970년대 관료주의적 분위기를 설득력 있게 재현
- 납치극보다 언론과 정보 조작 구조를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로움
-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를 잘 오가는 톤
-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 넷플릭스 공개작답게 화면 구성과 색감이 세련됨
- 아쉬운 점
- 136분 러닝타임은 확실히 긴 편
- 스릴러적인 긴장만 기대하면 중반부가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 있음
- 시대적 배경 이해가 없으면 초반에 약간 헤맬 수 있음
- 블랙코미디 톤이 안 맞는 관객에게는 애매해 보일 수 있음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스릴러와 정치 풍자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
- 넷플릭스 한국 영화 흐름이 궁금한 사람
- 설경구·류승범 조합을 좋아하는 관객
- 뉴스보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심 있는 사람
- 개인적으로 느낀 총평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딱 든다.
“굿뉴스는 누가 만들고, 왜 굿뉴스여야 할까?”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비틀어 전달하는지가 더 중요한 영화라서
잔잔하게 서늘한 감정이 오래 남는다.
대단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현실을 은근하게 찌르는 힘이 있는 영화.
보고 나면 생각이 조금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