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 보이지 않는 진실을 마주한 미스터리 스릴러
최근 본 영화 ‘얼굴’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제목 그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우리의 시선과 기억, 그리고 낙인이라는 무거운 테마를 담고 있다. 감독은 연상호, 주연에는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등이 참여했다.
기본 정보와 분위기
이 영화는 시각장애를 지닌 전각 장인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을 축으로,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제작비가 2억 원대라는 저예산으로 알려졌고,
단회 촬영·근접샷 위주의 촬영 덕분에 배우들의 표정과 손끝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전체적으로 차갑고 묵직하다. 화면은 어둡고 조명은 제한적이며,
그만큼 빈틈 없이 배우들의 얼굴과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미스터리지만 폭발적 반전보다는 감정의 여운이 중심이다.
줄거리 간단히
임영규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탁월한 손재주로 전각 장인으로 살아왔다.
그의 아들 동환은 어머니 얼굴도 본 적 없이 자라왔고, 어느 날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당신 어머니의 백골이 발견됐다.”
장례를 준비하던 중 동환은 장례식장에 나타난 낯선 ‘이모’들을 마주하고,
어머니의 사진 한 장 없다는 사실과 ‘못생겼다’는 가족들의 말까지 듣게 된다.
다큐멘터리 PD 김수진과 함께 청계천 피복공장 시절을 조사하던 중,
어머니가 ‘추함’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외면당했던 삶을 살았다는 증언을 마주한다.
영화는 결국 어머니의 얼굴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과 편견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진짜 괴물은 외모가 아니라, 그것을 기준 삼아 누군가를 평가하는 시선이었다는 메시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배우와 연출 포인트
박정민은 아들 동환과 젊은 아버지 임영규를 1인 2역으로 맡아, 세대 간의 단절과 유산되는 시선의 감정을 얼굴 하나로 표현해낸다. 권해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인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화면 가득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연기를 펼친다.
연상호 감독은 거창한 특수효과 대신, ‘도장’과 ‘피복’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낙인과 정체성, 압박과 외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에 낮게 머물며 손끝, 시선, 작은 공간을 통해 서사를 만든다.
좋았던 점
- 낯익은 미스터리 구조를 사회적 비판과 결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제작비·촬영환경이 제한적임에도 연기력과 분위기에서 손색이 없다.
- ‘얼굴’이란 단어가 단순히 외모가 아닌 존재와 시선의 문제로 확장된다.
- 엔딩 이후에도 관객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다.
아쉬웠던 점
- 클라이맥스의 서스펜스가 기대만큼 폭발적이진 않다.
- 설정이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있고, 일부 전개가 예견 가능하다.
- 미스터리 요소보다는 메시지 중심이라 단순한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추천 대상
- 사회적 편견이나 시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 관객
- 미스터리 스릴러이면서도 감정적인 여운을 좋아하는 사람
-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의 연기를 주목하는 사람
- 저예산이라도 밀도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
총평
‘얼굴’은 화려함 대신 조용함을 택하고, 겉으로 보이는 사건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시선과 기억을 바라본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랫동안 “진짜 추함은 과연 누구의 얼굴인가?” 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다.
단순히 잘만든 영화라고만 말하긴 부족하다.
숨겨진 민낯의 추함과 막상 드러나는 추하다는 평가를 받은 민낯의 대비가 있다고 생각한다.
숨겨온 비밀을 가진 민낯들은 상당히 뒤틀리고 추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 하던 민낯은 용기있었으며 생각보다 엄청 추하지도 않았다.
온갖 편견과 여러 상황에 휩쓸려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적어도 올해 본 한국 미스터리 영화 중에서 가장 질문이 많았고, 생각이 떠나질 않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