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권력과 욕망이 만든 한국형 갱 영화의 정점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2010년대 한국 누아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1980~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어설프고 교활한 공무원 최익현과
젊고 잔혹한 조직보스 최형배의 관계를 중심으로 권력, 정치, 범죄가 뒤엉킨 시대의 초상을 그렸다.
최민식과 하정우의 연기 대결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기본 정보와 분위기
영화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실제로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국가적 캠페인이 벌어졌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화면은 오래된 항구도시 특유의 습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며, 그 시대의 속도와 숨결을 살아있게 만든다.
전통적인 느와르보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담은 사회극에 가깝고,
폭력과 유머, 현실 풍자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무겁지만 지루하지 않다.
특히 부산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인물들의 거친 대화가 영화의 템포를 만든다.
줄거리 요약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일거리’를 처리하다가 결국 검찰의 내사 대상이 된다.
위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그는 우연히 고향 후배이자 지역 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다시 연결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급속히 가까워진다.
형배는 힘을 확장하는 데 익현을 이용하고, 익현은 형배를 통해 부와 권력, 새로운 인간관계를 얻는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점점 미묘하게 틀어지고, ‘범죄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익현은 정치인들과 손을 잡아 살 길을 찾지만,
결국 가장 위험한 순간이 찾아오고 형배와의 관계는 폭력과 배신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 시대를 살아냈던 인물들의 비극과 씁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배우와 연출 이야기
최민식은 능청스러움과 비굴함, 욕망을 모두 품은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표현했다.
선도 악도 아닌, 시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인간의 민낯이 느껴진다.
하정우는 절제된 카리스마로 ‘최형배’를 완성한다.
특유의 무표정 속에 위험함과 잔혹함이 담겨 있어 화면에 나오는 순간 긴장감이 생긴다.
윤종빈 감독의 연출은 화려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와 인물의 욕망을 촘촘히 쌓아가며 실제 역사와 허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흐름을 만든다.
좋았던 점
- 시대적 배경과 느와르를 완벽히 결합한 작품 구성.
- 최민식–하정우의 폭발적인 연기력.
- 폭력·유머·현실 풍자를 동시에 담아 밀도 높은 서사.
- 비주얼과 사운드 디자인이 시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
아쉬웠던 점
- 폭력 장면의 강도가 있어 부담을 느끼는 관객도 있다.
- 정치·권력 구조를 다루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엔 조금 무겁다.
- 익현 캐릭터가 공감보단 관찰의 대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추천 대상
- 한국형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
- 실제 역사적 분위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약점과 욕망이 드러나는 인물 중심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
- 최민식·하정우의 연기를 사랑하는 팬
총평
범죄와의 전쟁은 권력과 욕망이 만들어낸 비극의 초상이다.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한 인간이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한국 누아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강렬한 에너지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