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 (Run) – 보호인가, 감금인가, 끝까지 달린 진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면 엄마가 장애를 가진 딸을 섬세히 돌보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걸음씩 들어가면, 그 보살핌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숨 쉬기까지 조여지는 감정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감독은 아니쉬 차간티, 주연 배우로는 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이 나왔다.
기본 정보와 분위기
런은 2020년 개봉된 미국 스릴러 영화이며, 러닝타임은 약 90분이다.
화면은 처음엔 차분하게 시작되지만, 이야기의 미세한 균열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어두운 불안감이 깊어진다.
딸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설정, 엄마의 집착적인 행동, 그리고 인터넷 연결 차단된 집…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스릴러 요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안전해 보이는 공간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줄거리 요약
클로이(키에라 앨런)는 하반신 장애를 가진 채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과 단둘이 외딴 집에서 산다.
엄마는 늘 딸을 돌보며 삶의 중심이 되어 왔다.
어느 날 클로이는 엄마가 가져온 약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인터넷이 다운된 집에서 단서를 찾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엄마의 말과 행동이 점점 모순되기 시작한다.
결국 클로이는 자신이 믿고 있던 ‘안전’이 사실은 자신을 가둬버린 덫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후반부에는 클로이가 탈출을 시도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탈출만이 아니라, 관계와 진실을 향한 탈출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결말은 완전한 해방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와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배우와 연출 포인트
사라 폴슨은 겉으로는 헌신적인 엄마지만, 그 안에 감춰진 집착과 공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키에라 앨런은 실제로 장애를 가진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 사실이 연기의 진정성을 한층 높인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전작 ‘서치’에서 선보인 리드미컬한 서스펜스를 이번에도 이어간다.
다만 이번에는 화면을 컴퓨터나 기기로 채우지 않고, 고립된 공간의 정적과 인물의 시선으로 긴장을 만든다.
좋았던 점
- 단순한 장애자 돌봄 스릴러로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권력과 통제의 이야기다.
-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이 점차 불편해지는 방식이 설득력 있다.
- 배우 연기가 진솔해서 몰입이 빠르다.
- 긴 시간이 아니지만 빠르게 흐르고, 알람처럼 울리는 충격이 있다.
아쉬웠던 점
- 스토리가 복잡하거나 다층적이라기보단 단일 구조로 흘러가서 ‘더 깊이 알고 싶다’ 싶은 부분이 있다.
- 설정이 과하게 느껴지는 관객도 있을 수 있고, 현실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장르적 장식이 부담될 수 있다.
- 결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열린 형태여서, 스릴러에서 확실한 엔딩을 원하는 사람에겐 아쉬움이 있다.
추천 대상
-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관객
- 딸-엄마 관계에 숨어 있는 불안과 통제를 보고 싶은 사람
- 한정된 공간에서 심리적 긴장이 고조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총평
런은 ‘달리는 것’이라는 단어가 지닌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는 종종 믿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진정한 이동이 시작된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떠오르는 건 자유가 아니라 “내게 안정을 주는 대상이 사실은 감옥일 수도 있다”는 질문이다.
장르적 재미와 심리적 긴장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한 번쯤 달려볼 가치가 있다.